아이들과 함께 매일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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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운동 에세이/에세이

아이들과 함께 매일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by Squat Lee 2022. 10. 6.

어느날 문뜩 '유산'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유산'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어울릴 만큼 나는 부자가 아니다. 하지만, 부모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것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서두에 이미 얘기한대로 나는 부자가 아니다. 내 노후조차 나 스스로 어찌하지 못하는데 자식들에게 물려줄만한 재산이라고 할만한 것은 당연히 없다.

내가 돈이 없어서 늘어놓는 핑계가 아니라 유산으로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모은 대부분의 재산이 자식 손에 닿기도 전에 나라가 고맙다는 말도 없고 당연한 듯이 상속세 또는 증여세라는 명목으로 삥을 뜯게 된다. 좋은 일에 내 돈이 사용되었다면 마음이라도 풍성할텐데, 일 안하는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 월급으로 나간다는 생각에 기분만 더러울 것 같다.

또한, 내 아이가 영리하지 못하면 많은 돈을 물려준다고 해도 어차피 관리를 못해서 다 날릴 것이고, 반대로 영리하다면 물려주는 돈이 없더라도 알아서 부를 이룰 것이기에 물질적인 유산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우월한 유전자

나는 어렸을때 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다. 개근상은 거리가 먼 것이었고, 계절이 바뀔때마다 비염은 숨쉬기를 힘들게 만들었다.

다리에 비해 허리가 유난히 길어서 고등학교 시절 키가 190cm가 넘는 친구보다 앉은키가 더 컸다. 그리고 30대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고혈압 약까지 먹고있다.

운동신경도 좋지 않고, 유연성이 떨어져서 군대 시절에 축구를 할 때마다 선임에게 혼이 났었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공부를 잘 하지도 못했다. 노력하면 잘 할 줄 알았지만, 노력해도 안 되었다. 기본적인 머리는 공부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미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주기는 불가능 한 것 같다.

일기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내가 잘 하는 것 중 하나는 습관화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에서 처럼 《신호-반복행동-보상》 패턴을 잘 이용해서 습관화를 잘 시킨다.

양치질 할때 치실을 항상 하는 것과 혈압약과 탈모약을 규칙적으로 먹는것은 나에게 힘든일이 아니다. 매일 새벽에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일주일에 2~3번 헬스장에서 새벽운동을 한다. 블로그 포스트 글을 800개 이상 썼으며, 책도 10년 넘게 매년 100권 정도 읽고있다. 복싱도 5년이상 꾸준히 했으며, 무슨 운동이던지 등록하면 뽕을 뽑을 정도로 간다.

내가 의지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습관화를 잘 시켜서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우리 애들에게 습관화를 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애들에게 평생 도움이 되고,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했다. 결국 「일기」를 습관화 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기의 효과에 대해서 잘 모른다. 단지 하루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이는 빙산의 일각만 알고 있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이나 우리가 아는 위인들은 대부분 일기를 썼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순신 장군님은 유명한 '난중일기'를 남기셔서 역사에 귀중한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플랭클린 다이어리로 유명하고 비정치인 달러화 인물 단 두 명 중 한 명인 벤자민 플랭클린은 거의 메모광이었다.

자청의 역행자에서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해라고 강조했다. 글쓰기를 하는 동안에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뇌의 자동화로 연결된다고 한다.

MBC PD이자 블로그를 운영하고, 책까지 쓰신 김민식 PD 또한 글쓰기를 항상 강조하신다. 그 분은 '조언'을 통해 일기를 쓰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본인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조언'을 하면, '훈계'나 '설교'가 될 수 있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일기를 통해 나 스스로의 문제를 깨닫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이미 내가 답을 알고 있다. '일기'는 그 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인 것이다.

전 대전지검장을 지내셨고, 현재 변호사이신 조근호 변호사님도 '일기'에 대해서 "당신과 행복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로 얘기 하셨다. 본인의 검사 초임 시절 글이 엉망이라고 선배 검사에게 혼 난적이 있다고 한다. 그 후로 일기를 쓰면서 본인의 삶이 달라졌다고 한다.

팀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에서는 "아침 일기를 써라"고 강조한다. 저녁에 쓰는 일기는 불만으로 내용이 채워질 가능성이 높지만, 아침일기는 활기찬 하루의 시작을 위해서 효과적이라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은 일기를 쓰고 있고, 타이탄이 하는 행동을 나도 한다면 나의 성공 확률도 올라간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아침에 일기를 씁니다.

40년이 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나 스스로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불완전한 존재인 부모가 아이들 인생에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훈수를 두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좋지 못한 방법이다.

일기를 통해 아이들이 본인들 인생에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 만으로도 부모의 역할은 성실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기'는 누구나 접하기 쉽지만 꾸준히 하기는 힘들다. 나의 장점인 습관화하는 방법을 아이들과 함께 일기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물려주고 있다.

나는 일기를 꽤 오랫동안 써 왔다.

원노트를 이용해서 일기를 쓰다가 2021년부터는 삼성노트로 일기를 쓰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매일 아침 짧은 시간 동안 식탁에 모여서 일기를 쓴다. 아침에 일어나면 첫째는 태블릿을 가지고 나오고, 둘째는 일기장을 들고 나온다. 그리고는 서로 아무말 없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어떤날은 한 줄만 쓸때도 있고, 할 말이 많은 날은 30분동안 글을 쓸 때도 있다. 많이 쓰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매일 쓴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일기를 쓰는 습관이 당장 아이들에게 어떠한 좋은 영향으로 다가올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분명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타이탄의 도구' 가 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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