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새벽 5시에 일어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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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운동 에세이/에세이

그냥 새벽 5시에 일어나 봤습니다.

by Squat Lee 2023. 12. 25.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 싶은데 매번 실패했다. 실패한 횟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최근 5년 간 새벽에 일찍 일어나 무언가를 한 기억은 없다.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일어나려 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새벽에 일어나서 무언가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내 인생이 바뀌고, 책을 출판 한다거나 인생의 큰 변화가 일어나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바란 것은 아니다. 다만, 새벽에 일어나서 잠시라도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일어나서 일기를 썼다. 10년동안 쓴 일기가 내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주진 않았지만, 내가 새벽에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적었다.

 

우선, 내가 몇 시에 일어날지 정했다. 4시 반은 너무 이르고, 6시는 출근 때문에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에 촉박할 것 같아서 5시로 정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좀 더 세부적으로 계획을 적었다. 4시 반 이전에 일어나면 좀 더 누워있다 5시에 일어나고 4시 반 이후에 눈을 뜨면 그냥 일어나기로 했다.

 

그 다음으로 새벽에 일어나서 할 일을 적었다. 최근에 오십견이 온 탓에 스트레칭을 매일 해야 하기에 시간을 새벽으로 정했다. 어쩌면 오십견이 새벽 5시 기상의 도화선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스트레칭을 하고 난 후 책을 읽는다. 조용한 탓인지 세상에 나와 책만 있는것만 같이 집중이 잘 된다. 이게 Flow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잠이온다.

 

갤럭시탭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기를 적기 시작한다. 바로 잠이 깬다. 평소에도 할 말이 많아서 아내가 상당히 귀찮아 한다.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해야하는 성격이라 일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적는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6시이다.

 

샤워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하다보면 어느새 현관문을 나서야 할 시간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난지 3주가 지났다. 드라마틱하게 내 인생이 변하거나 동기부여가 생기진 않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몇 달 전까지 쳇바퀴 도는 회사생활에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살다가 죽어도 아쉬울게 없겠다는 얘기도 은연중에 나왔다.

 

새벽에 밀리의 서재를 보다가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는 책을 읽었다. 평소같으면 지나쳤을 테지만 그날 따라 이상하게도 목차를 보고 읽기 시작한 것이었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설레임에 가슴이 뛰었다. 마치 어릴때 소풍가기 전 발가락이 간질간질 한 설레임이 온 몸으로 전해졌다.

 

의미없던 5시가 이제는 나에게 설레임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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