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 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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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 독서후기

by 만초손겸수익 2021. 2. 24.

 

 

김민식 PD님은 글을 정말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읽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전달력이 상당히 높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오랜기간 많은 책을 읽으신대다가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으시다 보니 필력에 상당한 내공이 쌓이신 것 같아요.

 

이 책은 제목에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영어 공부에 관한 책이고, 영어책 한 권을 외우면 잘 할 수 있다는 내용이겠죠?

 

김민식 PD는 이력사항이 좀 특이합니다. 대학에서 자원공학과를 전공했는데, 통번역 대학원을 수료하고 일반 회사를 다니다가 MBC PD로 입사합니다. 제 나이 정도 되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논스톱'이라는 시트콤을 제작 하신분이 이 분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방학때 중학교 영어 교사인 아버지께서 중학교 영어 교과서를 다 외우게 하셨답니다. 그리고 중학교 들어가서는 별 어려움 없이 영어는 줄곧 100점만 맞았다고 합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영어 공부하는 방법"이라는 특강도 스스로 만들어서 강연을 했다고 합니다.(강의를 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영어를 배우게 되면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즐길 수 있고, 여행을 가서 외국 문화와 현지 외국인들과의 만남을 즐기고, 영어 소설을 읽으며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쓴 이유도 이러한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데 사람들이 영어를 '공부'로만 생각하니 즐길 수 있도록 책을 통해 말해주고 싶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영어를 문법부터 배웁니다. 학교나 학원가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영어시험인데, 시험이란 틀린 문장을 골라내는 것이지요. 이건 동사 연결이 틀렸고, 저건 전치사가 틀렸고, 이건 스펠링이 틀렸고, 저건 발음이 틀렸고. 그런 식으로 영어를 배운 탓에 말을 하려고 하면 항상 머릿속에 '이것도 틀렸어!', '저것도 틀렸어'하고 빨간불이 켜지고 사이렌이 울림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가 죽어서는 영어가 늘 수 없어요.

 

제가 15년 전에 미국에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 현지에서 사업에 도움을 주시는 교포분이 계셨는데 이런말을 하시더라구요. "제가 서울대 나왔는데, 서울대 나온 사람은 미국에서 영어가 늘 수가 없어요. 항상 맞는 문장만 말하려다가 머리속에만 말이 맴돌거든요. 반면에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은 영어가 금방 늘어요. 틀려도 손해볼게 없다는 생각에 무슨 말이든 뱉고 말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초등학교 나온 사람은 정말 영어를 잘 하더라구요."

 

고학력자가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당시에 좀 의아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항상 틀린것만 찾으려고 하다보니 '소통'을 할 기회을 놓지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법이나 발음을 까다롭게 따지면 영어가 어렵다는 그릇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아기가 처음 우리말을 배울 때도 틀린 문장과 어설픈 발음으로 시작하듯이, 외국어도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너그럽게 배려해주세요. 

 

얼마 전 아내와 언쟁을 벌였습니다. 아들에게 인터넷 문법 강의를 듣게하는 것을 보고 제가 "아직 영어로 말도 못하는 애를 무신 문법부터 가르치냐?" 라고 했다가 말싸움으로 이어질뻔 했습니다. 

 

학창시절 공부를 잘 했던 아내는 당연히 영어를 시작할때 '문법'과 '단어 외우기'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김민식 PD님 처럼 저 또한 제대 후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해서 사실 문법에 대해서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의 차이라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당장 확인할 수도 없고, 우리 아들만 난처하게 되었네요. 그래서 확인해보기 위해 영어공부 방법에 관련된 책을 잔뜩 빌려서 읽어보고 있습니다. 

 

저는 '공짜로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돈 들여 하지 말자'가 삶의 모토인 짠돌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는 공짜로 영어공부를 하는 여러가지 방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TED 영상이나, 유튜브 그리고 무료 영어소설 사이트를 친절하게 알려주어서 본인의 마음만 있다면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영어학원이나 교재의 한계에 대해서도 얘기합니다. 결국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되는데, 돈을 써서 해결하려고 하니 잘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은것 같습니다.

 

모국어를 읽고 쓰는 것도 듣고 말하기를 익히고 나서야 시적합니다. 그런데 왜 외국어는 읽고 쓰기부터 배울까요?≪영어 순해≫의 서문에는 이런 글이 나옵니다.

 

'어느 것을 먼저 배워야 하는가, 말이냐 글이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것 같지만, 필자는 모국어를 배운 것처럼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말을 먼저 배우고 나면 그만큼 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지만, 글을 먼저 배우고 나서 말을 배우는 경우에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영어순해>(김영로 지음. 고려원)-

 

이 책이 나온 것이 1983년도 일입니다. 그 시절에 이미 읽고 쓰기 위주의 제도권 영어 교육이 질제 언어구사력을 키워주지 못한다는 걸 알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학교에서 읽고 쓰기 위주로 배웁니다. 

 

우리 아이들을 영어공부하는 것을 보더라도 제 학창시절의 방법과 그렇게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것 같습니다. 글자를 먼저 접하게 하고, 문법을 공부시키다가 결국 20살이 넘어도 말 한마디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안타까움이 밀려오네요.

 

저는 중고등학교 6년, 대학 4년 그리고 직장에 다니면서까지 영어를 공부하고 있네요. 정말 지겹도록 했고, 영어에 투자한 시간이며 돈이 아깝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우리 애들은 이런 좋지않은 경험을 똑같이 되물려 주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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