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베를린 일기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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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독서 후기] 베를린 일기 - 최민석

by Squat Lee 2022. 1. 27.

 

 

 

다들 어렸을 때 배낭여행 가면  매일 일기 쓰고 그러지 않으셨나요?^^

전 2년차일 때 (2005년 겨울방학) 29박 30일 유럽 배낭여행 갔었어요. 

매일 일기를 썼죠. 온갖 영수증과 입장권과 함께 말이죠^^

그게 두고두고 추억이 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이 에세이는 넘나 제 취향저격입니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맛집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 매력적이예요.

 

이사람의 그 순간순간의 생각들이 넘나 유쾌하고 위트있게 쓰여져 있거든요.

책을 쓰려고 일부러 국제적 호구짓을 한 것은 아닐지라도

빈틈이 많으신지, 아님 계획적인 삶을 사는 편이 아니어서인지

이래저래 낭패보는 일이 많은데,

그게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그런 호구당한 상황들을 글로 써 놓으니 오히려 더 재미있게 느껴져요.

 

우리가 '영구'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처럼,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 삶에 더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겠죠?

 

그런 위트있는 상황속에서도 진지한 삶의 고찰이 한번씩 나오는데,

이 멘트들이 넘나 명문처럼 느껴져요.

아마도 작가의 유머들로 인해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져서, 잉 이런문장까지 쓸 줄 알아?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일지도 몰라요.

 

말 재미있게 하는 친구랑 여행이야기 막 하다가

친구가 정색하며 거기서 느낀 바를 있어보이게 말하는 순가

오~~~하게 되는 느낌.

 

베를린에 머문 기간이 90일이고 

그 기간이 2014년 늦가을부터 2015년 초까지인데

 

신해철님의 죽음이 나오길래

찾아보니 딱 이때더라구요.

그의 죽음이 벌써 7년전이라니,,,하며 또 한번 시간의 빠름에 놀랍니다. 

 

이 책에서 세계사적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p.48

말하자면, 베를린은 지정학적으로 완벽히 동독에 속해 있다. 즉, 베를린 시내 전체가 과거 동독이라는 국가에 둘러싸여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베를린 시내를 동서로 양분하여 그 중 서쪽만 서독에 속한 것이었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현재 평양 시내의 남쪽 땅만 남한인 셈이다. 

 

이 것 알고 계셨나요?

전 우리의 3.8선 처럼 반으로 나누어지기만 한 줄 알았는데

 

반으로 나눠놓고는 수도인 베를린을 소련이 다 가져가는게 억울했던 영미프가 베를린을 반쪽만 가진거예요.

마치 섬처럼 홀로 떨어진 서 베를린이라....

그래서 베를린엔 땅굴이 그렇게 많대요.

동 베를린에서 땅굴을 파고 서 베를린으로 망명을 하려는 사람이 많았던 거죠. 

 

 

그리고 오~했던 부분들

 

p. 76

때로 일상은 살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살아 내야 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때로 그 일상이 다시 살고 싶은 대상이 되기도 하기에, 살아내야 하는 오늘을 무시하지 않으려 한다. 

소중한 날로 이어지는 다리를 필시 평범한 날이라는 돌로 이뤄져 있을 것이다.

보잘것없는 돌 하나를 쌓은 밤이다.

 

 

p. 162

일기를 쓰는 건 자신의 마음이 가고 있는 지도를 스스로 그려 가는 일이다.

 

 

지난 한달간 나는 생에서 인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아직 생의 종착역까지는 많이 남았다.

내 열차가 너무 많은 승객들로 대화조차 불가능한 것은 곤란하지만, 아무 승객도 없이 그저 운행 일정을 지키기 위해 달리는 열차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종착역은 같지 않더라도,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한 명의 승객이 있었으면 좋겠다.

 

p.325

식상한 말이지만, 용서는 자신을 그 생각에서 해방시켜 주는 것이기에 언제나 용서의 진정한 수혜자는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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