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세세
사전에서 찾아보니 해마다 이어져 무궁토록 이라는 뜻이더라구요
왜 작가는 소설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세대간의 이어지는 이야기라서 그런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소설을 골랐던 것 같아요.
결국, 시간은 계속 돌고 돌지만 인간의 삶은 계속 변화한다는 의미가 담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요즘 한국사에 빠져있다 보니
이 책이 주는 시대적 배경이 넘나 가깝게 이해되는 느낌이었어요.
6.25전쟁동안 북한땅이 되었다, 남한땅이 되었다 하는 강원도 지역도 너무나 이해되고,
진짜 생각해보면 그 일은 개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 같아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념에 의해 죽어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너무나 마음 아팠어요.
그 때 살아계시던 할아버지의 묘를 파묘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한국 전쟁에서 생존했지만 부모없이 자란 엄마 이순일(순자이기도 한),
부모는 있지만, 가족의 경제를 짊어지고 있는 이순일의 큰딸 (한영진),
솔로인 작가로 자신의 일을 하며 부모를 챙기는 이순일의 둘째딸(한세진)의 시선에서
쓰여진 단편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소설입니다.
4편의 단편으로 이어졌음에도 연결이 매끄럽고, 각 개인의 입장에서 쓴 글을 읽으며 가족 전체가 이해가 되요.
그 이야기 속에 이 집안의 남자들은 한중언(엄마, 이순일의 남편). 김원상(큰 딸 한영진의 남편), 한만수(막내아들)은 큰 의미가 없어요.
읽으며 마음 아픈 부분이 중간중간 있는데,
제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다 보니, 한영진(큰딸)의 입장에서 서술한 <하고싶은 말> 부분이 제일 마음에 와 닿더라구요.
- 좋은 거 엄마가 써요. 왜 애들만 좋은 거 써. 엄마들이 좋은 거 써야 해.
- 한영진은 그 아이들을 낳고서야 세간이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모성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 아기가 젖꼭지를 제대로 무지 못해 빨갛게 질려 울어대고 그게 산모ㅢ 문제인 것처럼 간호사들이 한마디씩 충고할 때마다 한영진은 죄절했고 다시 분노했으며 죄책감을 느꼈다.
모든 게 끔찍했는데 그 중에 아기가, 품에 안은 아기가 가장 끔찍했다.
그 맹목성, 연약함, 끈질김 같은 것들이.
내 삶을 독차지하려고 나타나 당장 다 내 놓으라고 요구하는 타인.
한영진은 자기가 그렇게 느낀다는 걸,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티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한영진은 스스로를 모성이라 게 결여된 잘못된 인간이라고 여겼고 병원에서 산후조리원으로 옮기지 않고 바로 집으로 갔다.
다른 산모들 곁에 있는 것이 두려웠다.
책을 읽으며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한번 더 느껴지고,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요.
무한히 감사한 존재이면서도, 내 자식을 생각해 보면 넘나 큰 책임감에 한편으론 가슴이 막막해지는 그런 감정이요.
그리고 부모가 함부로 던진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가슴속에 깊이 상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야기 속에 한영진이 어린시절 한중언(아빠)에게 들은 말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보며
저또한 아이들에게 그러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더라구요.
여튼 가족이야기는 늘 이렇게 결론없이 먹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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