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Michael Ende)가 1970년에 쓴 동화 '모모'입니다.
원래 10대를 위한 권장도서라고 하는데, 저는 40이 되어서야 읽게 되었네요.
심리학 관련 책을 보다가 '경청'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서 '모모'를 소개해 주더라구요. 그냥 애들 동화 이겠거니 하면서 읽었는데, 마치 철학책을 읽은 느낌입니다.
동화속 '모모'는 어디에서 왔는지, 몇 살인지도 모르는 여자아이 입니다. 대략 사람들이 8살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관심 없어하는 오래된 원형 경기장에서 혼자 살게된 모모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습니다.
마을사람들은 문제나 고민이 생기면, 다들 모모를 찾아가라고 합니다. 모모가 마술을 부리거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모모에게 찾아가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가곤 합니다.
꼬마 모모가 가진 재주, 다른 누구나가 할 수 없는 능력은, 바로 귀를 기울여 들어 주는 일이었다.
그게 뭐 특별한 재주냐고 사람들은 말할지도 모른다. 귀기울여 듣는거야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진정으로 귀기울여 듣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더욱이 모모가 도달하고 있는 귀기울임의 경지는 세상에서 두 번 다시 찾기 어려운 것이었다.
아이들은 모모가 있는 원형경기장에 놀러옵니다. 모모와 함께 있으면 장난감이 없더라도 상상력을 동원해서 거친파도를 헤쳐서 배를 타고 탐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다들 조급해하고,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기 시작합니다. 애들도 탁아소에 맡겨지고, 더이상 원형경기장에 와서 같이 놀지 않습니다.
점점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지만, 사람들은 더이상 하고있는 일이나 삶에 재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단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것 처럼 일을 해치우기에 급급합니다.
이 모든건 시간을 훔치고 있는 회색 도둑들 때문입니다.
회색 도둑은 사람들에게 시간을 저축하라고 꼬득여서 결국 사람들을 바쁘고, 무미건조하게 살도록 합니다. 그리고 절약이란 속임수로 뺐은 시간을 통해 회색 사나이들의 영역을 확장합니다.
시간을 아끼는 사이에 실제로는 전혀 엉뚱한 것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어느 누구도 자기의 삶이 점점 빈약해지고, 단조로워지며, 메말라 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분명히 몸으로 느끼는 것은 아이들이었다. 모두들 아이를 위한 시간을 갖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삶이다. 그리고 삶은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시간을 절약할수록, 점점 시간은 메말라 없어졌다.
결국 모모는 회색 사나이로부터 사람들의 시간을 되찾고, 회색사나이들을 물리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시간을 되찾고, 여유롭게 행복이 가득 찬 생활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 단순한 이야기가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스스로 '좋은 생활'을 위해서라고 믿고 필사적으로 시간을 절약하고, 바쁘게 살고있는 제 자신을 보게 됩니다.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15년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많은 부분에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많은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져서 모든게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변하였습니다. 여러사람이 하던일을 혼자서 하게되고, 며칠씩 걸리던 일을 단 몇분만에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여유가 더 없어진 것만 같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가 이렇게 변하고 있는것만 같습니다.
주문만 하면 하루도 안 되어서 오는 택배들과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도착하는 음식들.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각종 전자제품들. 식당에서는 음식을 10분만 기다려도 당장 종업원과 사장님은 죄인이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을 빼앗김에 따라서, 참의미에서의 '사는 것'을 잊어버리고 마음속은 가난해지고 황폐해진다.
50년전에 쓴 책이 마치 현대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얘기하고 있는 것만 같네요.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결국 내일도 오늘과 다를바 없는 삶을 살거란 생각에 씁쓸한 기분을 쉽게 떨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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