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협상의 달인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처들어 온 강대국과 협상을 하여, 한치의 땅을 빼앗기지도 않을 뿐만아니라 오히려 적에게 영토를 얻어 오신 분입니다.
바로 거란과 협상하여 강동6주를 얻어온 서희의 이야기입니다.
고려는 송나라와 국교를 맺고 거란을 멀리했습니다. 거란의 장군 소손녕은 대군을 이끌고 고려가 거란의 땅을 침범했다고 우기며 항복해라고 협박문을 보냈습니다. 이에 서희는 일단 소손녕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서희는 소손녕이 고려침범이 목표가 아니라 송나라 정복을 위해서 후방에 있는 고려가 염려가 되어서 이러는 것을 간파했습니다.
이를 이용해서 서희는 협상의 프레임을 바꿔 버립니다. 거란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여진족 때문에 교류가 힘들다는 핑계를 댑니다. 그래서 거란은 여진족을 몰아내고 강동6주를 고려가 관리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거란은 송나라를 치는데 걸림돌이 되는 고려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고려는 강동6주를 얻었습니다. 결국 두나라 모두 이긴 윈윈전략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역사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추천해 준 '역사의 쓸모'를 읽고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서희의 강동6주를 얻은 얘기는 꽤 유명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협상이 이루어 졌는지는 국사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했습니다.(사실 국사시간에 제가 졸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최태성은 "역사가 어떻게 쓸모가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합니다. 서희의 강동6주를 얻은 이야기에서 협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목민심서를 쓰는 등 후대에 남을 만한 업적을 이루는 부분에서는 끝까지 좌절하지 않는 모습을 배우게 됩니다.
이 책의 39페이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서른 살 청년 이회영이 물었다.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눈을 감는 순간 예순여섯 노인 이회영이 답했다.
예순여섯의 '일생'으로 답했다.
저자는 이 구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고 합니다. 한창 교사로서 전성기를 달리고 있을때 여러 학원에서 스카웃제의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고민하던 차에 다큐프로그램에서 위의 문구를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설명도 없이 저렇게만 적혀 있어서 뜬금없다고 느꼈는데, 이 책을 다보고 다시 읽을 때 저 문구를 보고 저 또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이회영은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이항목의 직계 후손입니다. 엄청난 부와 권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에 가지고 있는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모든 가족이 중국으로 가서 독립운동에 이바지 합니다.
그때 재산이 지금으로 환산하면 600억이 넘습니다. 이 돈을 독립운동에 쓰며 3년만에 바닥이 나버립니다. 우리나라 제일가는 부자의 삶에서 추운 만주땅에서 강냉이로 근근이 버티는 가난한 삶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이회영은 1932년 예순여섯의 나이에 상하이에서 붙잡히게 됩니다. 모진 고문을 받다가 숨을 거두게 됩니다.
남 부러울 것 없는 꽃길만 걸을 수 있는 위치에서 가시밭길을 선택한 이회영을 저 같이 부족한 사람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이 같은 헌신적인 분들 덕택에 제가 편안히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과 가슴 뭉클함이 교차하네요.
저자는 역사 이야기를 통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조상들은 역경을 어떻게 견디고 극복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거기에서 우리도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지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읽는 내내 재미가 있었습니다. 단순한 재미 뿐만 아니라 역사를 통한 삶의 지혜, 겸손, 목표, 철학 등 다양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냅니다. 다 읽고 나서 단순히 "재미 있었다"가 아니라 "그럼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부족하고 역사를 소홀히 한 제 자신을 반성하며, 이제 역사에 관심을 가져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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