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님이 올해 등단 50주년 기념으로 [태백산맥],[아리랑],[한강] 개정판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과의 대화집을 내셨어요. 50주년이라니...50이라는 숫자가 주는 묵직함이 있네요. 저는 사실 조정래님의 책을 많이 읽지 못했어요. [태백산맥],[아리랑],[한강]등의 장편은 넘 길어서 병렬독서하는 다른 책들 때문에 끝을 못 냈던 이유도 있었고, 우리 역사의 넘 가슴 아픈 부분들을 오래 읽으려니 마음이 넘 힘들더라구요.
하지만 비교적 최근작 [천년의 질문]과 [정글만리]는 시대배경이 현재이기도 하고 3권이니까 수월하게 읽히더라구요. 읽으면서 이 분의 사회관, 세계관의 통찰력이 넘 놀라웠고 특히나 적절한 어휘선택력..에 압도되는 순간이 (읽으며 이런 단어도 있구나. 이런 곳에 이런 단어가 정말 찰떡처럼 어울리는구나. 느끼는 순간) 전율을 느낄만큼 행복해요. 적절한 곳에 딱 떨어지는 새로운 어휘를 보는 즐거움. 아직 제가 책을 많이 읽지 못해서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지 않을까요? ^^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걸 매일 느낍니다.
[홀로 쓰고, 함께 살다]
다 읽고 나서 책 제목을 다시 보니 제목이 넘 찰떡입니다.
어느 독자가 제목을 어떻게 붙이시는지 하는 질문에
P. 67 의미를 담아 제목을 짓는 법
" 모든 소설의 제목은 상징적이고 압축적이고 흡입력을 가져야 합니다. 작품의 주제를 상징해야 하고, 내용을 압축해야 하고, 그리하여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흡입력을 발휘애햐 합니다.
라는 답을 하셨어요. 100퍼센트 동의 합니다. 제목만 보고도 느낌 딱 오는 책들 있잖아요. 사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책 제목과 목차보면 대략 어떤 책일지 감이 오는데 좋은 작품일수록 이런 느낌이 더 잘 맞는 편이죠 ^^
전 이 책을 읽으며 조정래 작가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된 것이 넘 좋았어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분의 작품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도 존경받아 마땅하다 입니다.
이 분은 오직 작품만을 위해 살아오신 분이신 것 같아요. 그러니 이렇게 오랫동안 작가생활을 계속하시고 위대하고 위대한 작품이 계속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읽고 싶은 이 분의 책도 떠올려보고, 독자의 우문에 대한 현답을 해주시는 것을 보며 우리의 역사관, 인생관, 사회관, 세계관, 문학관 전반적인 부분 모두 업그레이드 하시면 좋겠어요. 추천합니다.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부분
간단히 메모해 봅니다.
p. 16
문학, 길 없는 길
읽고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쓰고 쓰고 또 쓰면
열리는 길
p. 35
순수문학vs참여문학
순수와 참여라는 이분법은 시대착오적인 유치함입니다. 이제 그런 소모적인 논쟁 아닌 논쟁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오직 '좋은 소설, 감동적인 작품'이 있을 뿐입니다.
p. 42
작가의 네 가지 수칙
첫째, 저는 평생에 오로지 글쓰기만을 생각했고, 글 쓰는 일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둘째, 저는 죽기를 각오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습니다.
셋째, 남이 지적하는 결점은 반드시 고쳐나갔습니다.
넷째, 수긍이 되고 도움이 된 명언이나 잠언들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 실천해 나갔습니다.
p. 78
[사람의 탈], 역사책으로도 다 하지 못한 이야기
저는 저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꼽고 싶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만큼 그 작품을 독자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그만큼 자신있게 썼고, 둘째 한국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소재(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저도 아직 못 읽어본 책인데 우리가 알지 못했지만 너무나 놀라운 역사적 사실을 소설화 한 것입니다. 일제시대 일본군 징병으로 끌려간 젊은이들이 일본군 총알받이로만 끝난 게 아니라 소련군, 독일군, 프랑스군, 미군등 계속해서 다른 전쟁의 포로로 돌아다니며 여러 나라의 총알받이와 포로로 살다 결국엔 2차세계대전이 끝나도 국적이 프랑스인이었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기관총등의 난사 속에서 집단학살당하는 이야기래요. 처음 알았어요. 포로가 되면 그 다음에는 포로가 된 나라의 국적이 되어 또 다른 나라랑 싸우게 되는 의미가 된다는 걸요. 전쟁은 정말 악입니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ㅠㅠ
p. 93
저는 앞으로 20년 동안 글 쓸 계획을 세워놓았는데, 그걸 쓰다보면 세 번째로 탈장이 재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세 번째가 계획대로 글을 거의 다 쓴 20년 막바지에 재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는 수술 않고 그냥 그 병과 함께 죽어가면 되니까요
오래 앉아서 글 쓰시느라 늘 엉덩이 종기를 달고 사시고, 벌써 두번째 탈장 수술을 하셨다는 것도 놀라운데 세 번째 탈장은 20년 글 계획 마지막에 오기를 바라는 작가님의 글에 열정은 어쩌면 좋을까요?
팔순이 다 되어 가시면서 20년 계획을 세우셨다니...제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봅니다.
p. 175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자기 스스로를 말로 삼아 끝없이 채찍질을 가해가며 달려가는 노정이다.'
'인생이란 두 개의 돌덩이를 바꿔 놓아가며 건너는 징검다리다.'
'인생이란 극본도, 연출도, 출연도 자기 혼자 도맡아 하는, 연습도 재공연도 할 수 없는 단 1회의 연극이다.'
p. 177
사는 동안 가장 어려운 것 세가지
제가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제 나름으로 정리하고, 다른 지식인들의 견해에 동의한 인생살이의 세 가지 어려움은 이렇습니다.
첫째, 자기를 객관화하는 것
둘째, 남과 나를 비교해 가며 불행을 키우지 않는 것
셋째,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
p. 179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성공은 두 가지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객관적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삶 : 정치계, 법조계, 경제계, 언론계, 에술계, 체육계, 언예계 등의 각 분야에 종사하여 인정받는 사람들
둘째, 주관적으로 스스로 평가하는 삶 :
'자기가 꼭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혼신을 다해 해나가고, 그러면서 나날이 재미있고 즐거우며, 세월이 흘러갈수록 사는 의미와 보람을 느끼면서 행복이 커져가면 그 인생은 틀림없이 성공한 인생입니다.'
p. 232
태백산맥문학관에 가면 태백산맥 10권 전권을 필사한 전시물이 총 서른여덟 질, 전시를 기다리는 것이 서너 질, 지금 필사 중이라고 알려온 분들이 대여섯 분이 있대요. 10권필사라니...작가를 향한 존경의 최고봉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독자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문학관에 전시해주신 작가와 독자들 모두 참 대단해 보입니다.
이런 일은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다네요. 10권 필사하면 대백산맥문학관에 전시된다니 조금 욕심이 나는 일이긴 합니다. ㅎㅎㅎ
p. 378
젊은이에게 전하는 네 가지 당부
그대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으면 그저 불평불만만 하지 말고,
첫째, 90퍼센트 이상 투표하라.
둘째, 시민단체 활동을 전개하라.
셋째, 하루 10페이지씩이라도 날마다 책을 읽어라.
넷째, 스마트폰에 빠지지 마라.
조정래 작가는 스마트폰을 가진적이 한번도 없으시대요. 현재도 없구요. 글도 노트북이 아닌 네임펜으로 한자한자 원고지에 쓰시구요. 다른 노인이 그렇다고 하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한데 작가가 그렇다고 하니 글에 대한 집중으로 느껴집니다.
4가지 당부 중,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 네번째. 스마트폰 사용일 듯 하네요. 꼭 필요한 곳만 사용하여 사용시간을 좀 더 줄여서 책을 좀 더 보고 아이들과 눈맞춤 한 번이라도 더하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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