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돌아가자

 

 

요즘 나와 아내의 최대 관심사는 'FIRE' 다.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즉 경제적 자유를 이뤄서 빨리 은퇴하기 이다. 그래서 본업 말고 수익이 날 만한 일을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었다.

 

나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수익이 발생할 만큼 경쟁력이 있고, 차별화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시간과 감정만 쓸데없이 소비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특히나 블로그나 카페에 경제관련 포스팅을 할 때에는 찜찜한 느낌이 따라 다녔다. 나 스스로 솔직하지 못한 상태에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했다.

 

나는 나름 투자공부를 열심히 했다. 하지만, 성과가 그럴듯 하게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치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5살 어린애 마냥 회사 동료들이나 블로그를 통해 주제넘게 남을 가르치려고 했다.

 

스스로에 대한 파악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만은 나 스스로를 발전시키는데 장애물이 되었고, 오히려 매일 후퇴하는 느낌까지 들기 시작했다.

 

'경제적자유'를 얻고나서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본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과연 내가 진정 하고싶은 일은 무엇인가?

 

어제 주식농부 박영옥 님의 "주식투자 절대 원칙"을 읽었다. 사실 이런 투자서는 뻔한 얘기라 읽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읽고나서 나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분의 이전 책 "주식투자자의 시선"을 읽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냥 좋은 내용이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그동안 투자를 하면서 여러 실패를 겪고, 나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한 탓인지 전반적인 내용은 이전 책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느끼는 바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우선 나 스스로의 문제를 먼저 생각해보자

 

1. 기업분석

- 나름 열심히 기업을 분석한다고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남에게 자랑하고 보여주기 위한 기업분석이었던 것 같다. 한 달도 기업을 지켜보지 않고 투자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어처구니 없게도 그렇게 투자를 했다. 

- 긴 시간 동안 기업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긴 시간의 정의는 최소 1년은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성장사이클을 파악해서 투자를 해야한다.

- 일반인이 기업을 파악하기에 한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기업에 대해 알아가자.

 

2. 투자기간

- 나는 성격이 급하다. 짧은 시간에 투자할 기업을 공부하고, 바로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 그래서 내가 투자한 기업은 항상 주가가 하락한다. 20~30% 하락하면 내가 왜 이 기업의 주식을 샀는지 잊어버리고는 매도하는 악순한을 반복한다.

- 주식농부처럼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오래 지켜본 후에 투자를 해야겠다. 소액만 투자해서 그 기업에 대해 알아가면서 기회가 올 때만 사자. 사실 매수 기회는 1년 동안에도 여러번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 2~3년에 걸쳐서 정말 꾸준히 지루할 만큼 천천히 매수하자.

- 평생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주식만 매수하자. 차액만 바라고 투자하면 마음이 조급해져서 항상 실패를 한다. 

- 매일 시간을 조금만 내서라도 여러 종목을 공부하자. 한 종목에 매달리면 결국 마음이 불안해서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어차피 일부 금액은 퀀트투자 방식으로 지속적인 복리 수익을 얻을 예정이니 이 주식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투자하자.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한 종목에 투자하는 금액 비율이 잘못 되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없을 만큼의 큰 금액은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3. 투자금액

- 아내와 어제 진지하게 얘기를 했다. 원래 계획은 퀀트투자 백테스트를 하고나서 지금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주식투자 금액은 퀀트투자를 해서 불리고, 월급으로 들어오는 새로운 자본은 해외 ETF를 하기로 했었다.

- 하지만, 기업을 공부하고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기 위해 해외 ETF 비중을 줄이고, 국내 기업중 내가 공부한 기업에도 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당연히 현금 비율도 어느정도 확보할 것이다.

 

4. 회사를 빨리 그만둔다는 생각

- 회사를 빨리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회사일이 더욱더 싫어진 것만 같다. 나 스스로에게 손해인 것 같다. 10년간 회사를 더 다니고 50에 그만둔다는 생각으로 회사생활을 즐겨야겠다.

- 당장 회사를 그만두기는 불가능하다. 투자금액도 아직 부족하고, 매년 들어오는 자본수익도 너무 적다. 지금 하고 있는 회사일을 즐기자. 마음을 내려놓고, 소명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이자. 윗사람이 괴롭히고, 고객들이 힘들게해도 그냥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며, 다 받아들이자. 일을 많이 주면 많이 하는 만큼 뭔가 얻는 것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싸우지 말고 그냥 받아 들이자. 생각보다 인생은 길다. 10년 남은 회사일이 나중에 그립고 아쉬울 수도 있으니 일단 무조건 해보자. 마음을 내려놓자.

 

이제부터 어설프게 남을 가르치려 하는 그런 포스트는 그만 두기로 했다. 대신 내가 투자를 공부한 내용을 포스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인생은 길지 않다 이런 시간을 헛되게 보내기 싫다. 글을 하나 쓰더라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야겠다. 혹시나 나 스스로 이런 마음이 변할까 걱정되어 공개적으로 포스트를 올려야겠다. 남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이나마 이런 나 자신을 다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