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은유가 1년뒤 자기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되요.
여행지에 가면 있는 '느린 우체통' 아시죠?
거기서 편지를 보내면 1년 뒤나 연말에 한꺼번에 원하는 곳으로 배달해 주는 시스템이잖아요.
저도 어느 여행지에서 그런 것 본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쓰지는 않았거든요.
지금 같으면 아이게게 좋은 체험이라 생각되어 해 볼 것 같은데 그때는 아이가 없을 때라 '느리게 오는' 것에 대해 체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1도 없었거든요.
평소에 자신을 잘 돌봐주지 않던 아빠가 재혼까지 앞두고 있어 이런저런 불만이 많았던 2016년의 은유는 아빠에 대한 미움을 가득 담아 편지를 쓰게 되요.
그런데 이 편지는 뜻밖에도 1982년의 다른 은유에게 배달되게 되죠.
이 소설은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은유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신조어들이 잔뜩 쓰인 은유의 편지를 받고 간첩이라고 의심하는 과거의 은유와 누군가 장난으로 답장을 보내고 있다고 오해한 현재의 은유. 삐걱이며 시작된 둘의 관계는 ‘행운의 동전’을 시작으로 점차 오해가 풀리며 고민과 비밀을 터놓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죠.
이런 류의 이야기는 많이 봤었죠.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생각나고,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자연스레 떠올려지더라구요.
'너무 흔한 소재야' 할 수도 있는 이 소설이 특별해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장치가 있어요
그건 두 은유가 살아가는 시간의 속도의 차이에 있어요.
2016년의 은유가 1년을 살아가는 동안 1982년의 은유는 20년의 세월을 살아갑니다. 그 속도의 차이 덕에 2016년의 은유는 1882년 은유의 초등학생 시절부터 삼십 대 초반까지의 인생을 알 수 있게 되죠. 그 아이의 비밀까지도요.
이런 시간의 속도 차이덕에 두 사람의 시간은 어느덧 하나로 합쳐지게 됩니다. 그 순간 우리는 너무나 아름답고, 슬픈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결론은 아직 읽지 않은 분을 위해 남겨둘께요 ^^
사실 저는 초반에 후반부의 반전, 혹은 비밀을 살짝 예상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너무 슬퍼서 많이 울었어요.
그래서 이 소설이 넘 대단하다 생각되요.
이렇게 흔한 소재로 이렇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요.
책을 덮고 나서도 두 은유가 자꾸 생각이 나요.
이제야 알겠어.
그 먼 시간을 건너 네 편지가 나한테 도착한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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